나고목 2014. 1. 5. 16:47

 

 

서부 개척을 배경으로 한 캐빈 코스트너( Kevin Costner) 감독의 1990년 작 '늑대와 춤을' 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 존 던버이 황량한 인디언 땅에서 홀로  늑대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광경을 목격한 인디언들이 그를 '늑대와 춤을' 이라고 부른다

인디언들의 풍습에는 사물의 특성이나 기이한 변화에 따라 이름을 짓는다

그래선지 '늑대와 춤을' 이 사랑하게된 백인 여인의 이름 역시 '주먹쥐고 일어나' 이다 

황량한 사막으로 펼쳐진 노을을 배경으로 '늑대와 춤을' 과 '주먹쥐고 일어나' 의 사랑은 

배경음악으로 인디언 전통음악이 흘러나와

오래도록 로맨틱한 사랑의 여운을 남긴 명작으로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기만 하다

 

 

 

아침에 쿨쿨!!

세 아이의 엄마이자 나의 옆지기인 '아침에 쿨쿨'은 언제나 야행성이라

새벽에야 꿈속으로 향한다

그래선지 내가 출근하고자 아침밥이라도 얻어먹으려면 날마다 깨워야만 한다

미인은 잠꾸러기라지만  미인도 아니면서 아침마다 깊은 꿈나라에서 헤매는

저 여우를 인디언 전사의 이름으로 '아침에 쿨쿨'로 이름 짓노라

 

 

 

 

아잡토!!~

나의 아들이자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남자목욕탕에 함께 다니는 목욕탕 친구다

나의 뜻대로 이름 짓는다면 '공부 싫어'라고 해야 하는데

자기네 학교 수학 샘님이 피부가 까무짭짭하다고 아잡토라고 짓었다고해서

그 어원을 물어보니 아잡토란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토인을 줄인 말이란다

하기사 이놈이 태어날 당시 제 친할머니가 산부인과에서 처음 보시고선 "알라가 새까맣노"라고

하시는 말씀을 장모님이 듣고는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으니...

 

 

 

 

마니마니!~~

무조건 마니마니 먹는다 그래서 돼지과 라고 부르기라도 하면

포악한 멧돼지처럼 공격해 오기도 하지만 체형에 비해 날렵하여

학교 운동회에서 달리기 선수로도 뽑힌 적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태권도 도장에 가입하여 몇 개월 만에 겨누기를 하여 선배 남자 아이를

작살을 낸 신화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집 큰딸 지현이다

6살 적에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데 주삿바늘을 바라보며

눈물은커녕 간호사 얼굴을 바라보는 대범함에 간호사가 기절(?)한 사건도 있다

 

 

 

 눈물 줄줄!!~~

눈물이 많아선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눈물로 표현한다 바로 이어 나타나는 현상이

눈물을 흘릴 땐 항상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토마토 라고도 부른다

근데 그녀의 눈물은 계획적으로 의도된 눈물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이른바 거짓눈물인데 잘 알면서도 속아주는 재미가 또한 쏠쏠하다

그녀는 우리 집 막내딸 지희다

 

 

 

 

일요일 아침이었다

그날도 아침에쿨쿨은 어김없이 깊은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다행히 전날 밤에 탈출(산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 헛간에 숨겨두었으니

쉽게 숯불(전자렌인지)로 데워진 비상식량을 포대기(배낭)에 챙기곤  

살며시  인디언 부족마을에서의 탈출을 시도한다

잠시 후

둥둥둥~~북소리가 울려 퍼지면

아잡토가 이끄는 기마부대가 날 추격해 올 것이다

특히 눈물줄줄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를 잡기만 하면

배신자의 최후를 보여주겠다며

예전에 그들의 조상이 그랬듯이 날 식용으로 잡아먹어 버릴지도 모른다

마니마니도 보통은 아니니

인디언 언어로 꾸르꾸르~~꾸르꾸르르 ~~를 외치며

그들의 부족들이 보는 태양신 광장 앞에서 맞짱을 뜨자고 할 테고

결과는 그들이 추앙하는 신의 재물로 내가 바쳐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그들의 추격이 시작되기 전에

더 멀리멀리 도망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도 아침에쿨쿨이 잠에 취해

직접 날 추적하지 않다는 것이 크나큰 위안이다

만약 그녀가 직접 날 추격한다면 동방의 작은 나라말로

십리도 못 가서 결딴난다~~~ㅎㅎㅎㅎ

 

 

 

일단은 성공이다

인디언들조차 두려워하는 죽음의 계곡(도로 정체구간)을 지나

그들의 성스런 땅 호박 굴려-스트라이크(7.5 광장 볼링장 앞)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말이다

45명이나 태우고도 남을 거대한 마차(관광버스)~~

저 마차를 타기만 하면 오늘은 무사히 인디언들의 핍박을 벗어나

자유와 희망이 있는 저 위대한 로키 산맥을 넘을 수 있으리라

같은 신세로 탈출하려는 백인들이 벌써 마차에 빽빽하다

때는 로키산맥의 매서운 칼바람이 모질게도 불어닥치는 겨울이기에

그들은 한결같이 누우 털로 만든 털모자를  깊숙이 덮어서고는

들개가죽으로 만들 너덜너덜한 개털 옷으로 몸을 칭칭 감싸고 있다

아마도 인디언들의 추격 이상으로 동장군의 무서움을 알기에

얼어 죽지 않으려는 필생의 행동일 것이다

 

어디를 가나 돈이다 그들은 내가 건네준 20000만(일일회비)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받고서야

흡족한 표정을 짓더니 젊은 백인 여자를 발로 밀치고는 벌어진 틈새에 나를 앉게 한다

그리고는 굶주린 나에게 약간의 버터와 우유 그리고 목적지가 표기된 탈출(산행)지도를 주면서

아침밥을 먹으며 혹시 모를 인디언의 공격에 대비하여 지도를 숙지하란다

뿔뿔이 흩어지면 혼자의 힘으로 지도를 따라 로키산맥을 넘으라는 것인데

사실 그것은 불가능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비위를 건들기라도 하다간 엄마의 언덕(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날 패대기 쳐 쫓아버릴지도 모르니 고분고분 그들의 말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다

 

 

 

로키산맥을 넘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미 눈으로 덮인 능선으로는 세르파들이 다니는 길마저 눈으로 꽁꽁 얼어있어 

한발 한발 전진하려니 온몸으로 칼바람의 혹독한 냉기가 뼛속까지 빨려든다

더군다나 예상치 못한 곳곳의 천 길 낭떠러지 크레파스와 블랙홀은

소름이 느낄 정도다 그 뿐만 아니다 인디언 추격대가 곧 당도하기라도 하면

등뒤로 날아올 화살촉에 바로 저승길로 가야 하기에 사방이 죽음의 늪이다

그러나 자유와 희망이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건 도박일지라도 포기할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로키산맥을 넘어 우리 백인들이 사는 세상으로 탈출한 사람도 없다

특히나 신의 영역이라는 최정상의 정복은 어느 누구도 절대불가이며

신의 영역에 들어가다 잡힌 탈출자는 인디언 방식으로 처리하여

해골을 도망자들이 다니는 길목에다가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으니

살아있는 목숨이지만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으로 인디언들에게 잡혔을 때 그들은 배고픔을 견딜 수 없다며

마을의 제단 옆에 놓인 커다란 가마솥에 불을 지펴 물을 끓였다

물론 그들의 부족들이 우리가 휘두른 총칼에 무수히 희생당한 복수이기도 했겠지만

돼지를 잡아먹는 방식으로 나를 식용으로 잡아먹기 위한 그런 행동은 정말 식인종다운 행동(?)이었다

공포에 휩싸인 나는 동공이 풀린 채 게거품만 줄줄 흘리면서도

마지막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을 벗어나고자 하늘에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오!~ 마이갓....

간절한 기도 덕분이었는지

추장의 딸인 아침에쿨쿨이 날 낚아채고선 이놈은 내가 가질 것이라며

모든 부족이 보는 앞에서 나의 주인임을 선포(결혼)했다

당시 내 나이 30살 무렵이었고 나는 그때부터 생명의 은인인 아침에쿨쿨의 종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똘똘한 인디언 아이 셋을 낳는데 엄청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인디언 풍습에는 씨앗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기에

씨앗은 개죽이고 텃밭만 찹쌀밥이었으니

인디언 아이들에 대한 친부의 자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종노릇의 지위 역시 처음 그대로였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탈출하는 계기도

모계사회인 인디언의 엄청난 풍습(사교육비)에 대한 불만이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그들의 종이 된 후로

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판으로 사냥을 나가선 늑대를 잡아오기도 하고

어떤 때엔 코끼리를 잡아서 혼자 매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옆집에 잡혀 온 금발의 백인 여자와 사랑에 빠질 뻔 했지만

오직 아침에쿨쿨을 위해 밤낮으로 육신을 바쳤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아침에쿨쿨은 아버지가 죽자 대를 이어 부족의 여추장이 되었고

아들인 15살의 아잡토가 그녀의 뒤를 이어 추장이 될 것이다

12살 마니마니도 무럭무럭 자라서 인디언 전통춤과 인디언 하프 라는 아르파를 잘도 불렸으며

9살 눈물줄줄은 속눈썹이 어른 여자들처럼 기다랗게 자라

총각 인디언들이 직접 잡은 사냥감을 매고는 날마다 찾아오는 바람에

추장 집에는 생고기와 신선한 과일로 음식이 넘쳐 흘렸다

그러나 인디언에게 잡혀 충성맹성을 한지가 15년이 지나가지만

아침에쿨쿨은 빼라 깡통(마이너스통장)이 비웠다며

나에게 더 많은 사냥감을 잡아오길 원한다

 

 

 

 

로키산맥 넘어 우리 백인 부모님들 생각이 절로 났다

특히나 금발인 우리 마더(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날마다 불면의 밤을 지새우다가

인디언 음악인 긴쇠웅웅(장철웅)의 뽀뽀해봤자허탕(이룰수 없는 사랑)을

하염없이 부르는 밤이면 치카치카 계곡으로 여명이 밝아오기도 했다

저 신의 구역인 로키산맥을 넘기만 하면 화이트 아메리칸 이라는 희망의 땅이니

일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탈출에 성공했거나 인디언에게 잡혀오지 않았더라면

생명의 은인인 아침에쿨쿨

나의 목욕탕 친구인 아잡토

힘들어 보인다며 안무해 주는 마니마니

거짓 눈물로 날 능멸하는 귀염둥이 눈물줄줄

영원히 볼 수가 없었겠지...

 

 

석양이 기다랗게 치카치카 계곡 넘어까지 뻗은 들판으로

포승줄에 묶여 말꼬리로 끌려가는 초췌한 백인 한 마리

온갖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죽음 직전의 영원한 이방인 백인 한 마리

그가 마을에 도착하자

마치 산행에 지치고 하산주에 취한 늙어가는 산사나이처럼

삶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

그리곤 또다시 충성맹세문에 재를 올린다~~

 

하나...아침에쿨쿨을 하늘같이 섬긴다는 의미로 주말엔 설거지를 반드시 할 것

하나...인디언 애들과 날마다 운동장에 가서 운동하며 놀아줄 것

하나...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가족회의를 하며 반드시 다과를 준비할 것

하나...하루이상 숙박함을 원칙으로 분기별 가족여행을 떠날 것

하나...주말엔 월 2회 이상 탈출(산행) 대신 가족과 보낼 것

 

 

 

 

 

나고목!!~~

깊은 산마루의 고목처럼 언제나 불변하며

든든한 가족의 기둥이 될지니

한여름 무더운 날에는 가족의 그늘이 되며

북풍한설 매서운 겨울날에는 마른 가지 꺾어 군불을 지필지어다

 

그리하여 그대의 닉네임을 인디언 이름으로 명하노니

나고목이라 부르노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