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목 2017. 7. 18. 10:57

사량도 아리랑

 

                                                         나고목

 

 

하얀 포말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싣고서

끼륵끼륵

갈매기 떼 벗삼아

자! 우리, 사량도로 떠나가자.

 

차디찬 바람일랑 주머니에 넣어두고

흘러나오는 유람선 가락에

흥얼흥얼 노래도 불러보고

찰랑대는 파도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자! 우리, 사량도로 떠나가자.

 

잔파도를 헤치고

신수도를 비켜서면

욕보고싶은 이는 욕지도로

연애하고픈 이는 연화도로

사랑하고픈 이는 사량도로 라니

자! 우리, 사량도로 사랑하러 떠나가자.

 

절개를 지켜야할 동백이

봉우리채 지지 않고는 한잎 한잎 바람에 날리니

이제부턴 너를 개동백이라 부르리라.

그래도 향 짙은 소국(小菊)은 지조가 있구나.

잎대는 말라 꼬부라 들고

노랗던 꽃잎은 지푸라기 밑둥처럼 허옇게 퇴색되어도

앙증맞은 꽃망울은 흐뜨러짐이 없구나.

 

허억허억

지리봉을 향하는 허파의 숨소리

정상에 서면

성냄도 훌훌

고뇌도 훌훌

욕심도 훌훌

 

섬에서 태어나

섬놈을 살다간 비석없는 묘지 앞에

가을 억새가 희끗희끗 갈바람에 우네요.

뭍으로 떠난 자식놈은

혀가 만발이나 빠지는지 제 애비 묘소에 벌초도 아니했네요

욕심은 산자나 죽은 자나

모두에게 허망을 알리는지

마른 잡초만 늦가을 바람에 흔들리네요. 

 

뱃고동이 울립니다

취하신 아줌마도 떠나고

야금야금 안주만 축내는 배뿔뚜기 아저씨도 떠나야할 시간이네요.

석양이 길다랗게 금빛물결을 수놓더니

이내 바다로는 달빛물결이 흐르네요

노을이 지면 암울한 세상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아름다움이 우리를 기다리는 거 맞죠.

 

뚜벅뚜벅

아침에 칠한 요염한 루즈를 지우고는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로...

뚜벅뚜벅

아침에 쓰고나온 가면을 벗고는

아빠의 자리, 남편의 자리로...

뚜벅뚜벅  뚜벅뚜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