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자작소설

금정산 후기

나고목 2017. 7. 18. 10:58

어둠으로 도배된 도심의 새벽을 뚫고 질주하는 버스의 차창으로는

온통 사람들의 기온으로 가득해선지

쉴새없이 뿌연 창을 닦아 보지만 이내 뿌옇게 이슬이 다시금  맺혀 버린다

그래도 페인트 붓처럼 닦여진 창너머로는 겨울강이 흐르고

산간의 굴뚝으로는 하루를 여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들이 정겹다

또한 바늘처럼 쪼삣한 겨울나무 끝자락으로 냉기가 암습하는 겨울날씨지만

재회의 담소가 피어나는 버스 속의 시끌벅쩍함과

방금 만들었는지 따끈따끈한 흰떡에 유과를 덤으로 얻어먹노나니

시골장터의 고향같은  훈훈한 정내미가 차내에 가득하다

그러고보니 이번 *** 산악회와는 7월의 두타청옥산 산행에 이어 두번째로

산의 연을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래선지 낮선 얼굴이 많아 다소 어색하지만 그래도 떠문떠문 기억나는 얼굴도 있고

산행에 초대한  친구가 동행하니 쉽게도 분위기에 빨려든다

 

겨울산의 능선산행은 가능하면 북에서 남으로 산행을 해야

모진 북풍을 등지고 산행하기에 훨씬 쉬울텐데라며

혼자 독백처럼 걱정을 해보는데

내 의중이라도 알았는지

낙동강 하구의 호포에서 산행하여 고당봉 정상으로해서 상계봉으로

종주산행을 한다는 산대장의 코스변경에 산행 시작 전부터 기쁨이 넘쳐나고

산행 출발이 호포 지하철역으로부터 시작이라니 색다른 느낌으로인해 웃음까지 동반된다

 

앙상한 겨울나무 아래로

마른잎사귀가 소복히 쌓인 등산로를 걷노라니

뽀드득뽀드득 부서지는 낙엽소리가 마치 흰눈을 밟는 소리처럼 들려오고

고당봉으로 향하는 늪지대로는 산갈대가 아침햇살을 받아 찬란히 빛을 발하니

겨울산의 산갈대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디카에 실으니  추억의 사진에 함께 동참해 본다

 

계절을 잊은채 피어난  창꽃 한송이를 꺾어들고는 선두를 리더하시는

연배의 어느 남자회원님을 따라 이리저리 등산길을 오르니 급경사가 장난이 아니여선지

찬 기온에도 불구하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힘에 

잠시 뒤돌아온 길을 돌아보니 산아래로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과

빛바랜 산야의 스산함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태양이 찬란히 비추어도 죽은자는 외로운지

얼어붙은 동토의 땅처럼 냉기만 흐르는 비문없는 산중 무덤에서 다시금 흐르는 땀을 식힐제

메인창의 민지 노래 초혼처럼

슬프지만 기쁨이요 기쁨이지만 슬픈 우리네 인생사는 산 자도 죽은자 도 모두가 영원한 이방인것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고압철탑을 지나 팔부 능선에서 두 패로 헤어어진 산행팀이 다시 합류를 하고는

기암의 고당봉에 당도하니 그래도 겨울여선지 북풍이 제법 살갗을 파고든다ㅡㅡㅡ

바다를 배경으로 장대하게 펼져진 풍경이 병풍 속의 그림 같으니

고당봉에서의 기분이란 산행한 사람만이 알리라~~

역시나 한국의 16 명산 중의 하나를 등정했다는 뿌듯함이 온 가슴으로 밀려온다

기념으로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고당봉을 배경으로 찰칵!~~추억의 페이지를 만들어 본다

 

금정산성

왜란의 역사가 한으로 흐른지 500년을 거슬러

솔바람소리 친구삼아 거닐어 보노라나니

옛 선인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피어나고

오후의 해살이 따스히 내려쬘때는 공원길을 누비는 데이트 코스 같은 느낌이 든다

북문에서의 점심밥은 시장이 반찬이라 산해진미가 따로 없었지

 

동문을 지나 남문으로 향할즈음

겨울산행은 땀이 식어버리면 감기에 걸리기 쉽기에

잠깐잠깐 쉬고는 산행을 계속한다는 것이 그만 대열을 이탈하고야 말았다

계곡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걸음을 재촉한 탓여선지

20여분을 기다려도 후미의 모습은 보이지않으니 결국 제1망루를 거쳐

상계봉에 도착하여 마지막 하산길로 덕천초등을 지척에 두고서야

주파수 혼선 잡음을 동반한 어려운 통화가 겨우 가능하였다

결론은 상계봉에서 망루를 되돌아 파리봉으로 하산하라는 것 같다는 희미한 통화내용~~

결국 대열을 이탈한 죄(?)로 금정산의 봉우리를 모두 정복하는 20킬로의 고난의 산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노을이 아름다운 석양을 산중에서 바라볼 수 있어

금정산 산행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으리리라~~~~

 

                                              2007년 12월 어느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