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자작소설

삼가 명복을 비며

나고목 2017. 7. 18. 10:58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육신이라 했던가

잉태된 생명에 싹이 터듯

어느 순간에 영혼은 머물고는

따스한 봄볕에 꽃을 피우더니 한여름 모진풍파에 시련을 겪고는

앙상함의 사색을 뒤로하고 차디찬 육신만을 남겨둔채 떠나버린 영혼

 

당당했던 젊은 날처럼

비록 영혼은 홀연히 떠나버렸지만

빈 육신만은 재가 될 수가 없었겠지

살아온 날들의 벗이 술이고

귓전에 맴돈 메아리가 온통 손가락질이라해도

성난 파도로 갯바위를 때리는 뱃놈의 몸서리를

저 넓은 바다만은 망자(亡者)의 심중을 알았으리라

 

하얀 국화 한송이가

겨울의 문턱에서 시들어 버려도

그윽한 연기로 피어오르는 향내음만은

쉬히 떠나지는 못하고는

마치 영혼인양

묵상하는 이를 따라 이리저리 오래도록 머물다 가더라

 

사늘한 육신은

고통받는 다음이들을 위해

또다시 하얀 까운을 입고는

계절이 한바퀴를 돌아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날이나 첫눈이 내리는 날이 찾아오면

하얀 국화송이처럼 백골로 또한번의 마지막 이별을 고하시리라

 

육신을 기증하시고 떠나신 이모부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