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가는 길
잿빛하늘 아래로 가을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던 작은 추석날 아침.
대구 여자 하나와 그 사랑의 씨앗, 강아지 세마리
그리구 늘 명절이면 챙겨가는 사과 두 상자를 싣고
고향이라는 ' 동해라 울산 ' 으로 길을 떠난다.
비슬산을 굽이 돌아 청도로 가는 길가엔
잎대마져 빠알간 코스모스가 끝 없이 펼쳐지고
그 뒤론, 노오란 황금들판이 이가실의 풍요러움을 더 해 준다.
운문땜의 담수 위론 아직은 덜 그린 유채화가
가을을 깊어감을 기다리는 듯,잔물결에 또 다른 피사체로
상념만을 더 해 주누나~
굽이 굽이 돌고 돌아 산내읍에 당도하니
들판의 허수아비는 참새에게 더없이 너그럽고
그 참새는 더 높은 하늘 위로 때지어 날으니
잿빛 하늘에는 가을비가 방울 방울 내리고
소태골을 지날 쯤에는 서롭게도 차창을 울린다.
잠시,길가에 차를 세우고 세찬 비를 맞으며
계곡 넘어의 비탈에 있는 백년송을 본다.
그 아래에는 한많은 정을 이승에 두고 가신 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서로운 가을비를 맞으며 말 없이 계신다.
하늘보다 강한 아버지는 ' 10년은 버티겠노라 ' 시더니
폐암선고 후에 10개월도 못 된 그 가을
날좋다는 음력 구월구일에 ' 형제지간의 우애있게 살라시고는...'
혼자만이 길을 떠나셨다.
그 좋다는 상황버섯도,동년배에게 무릎을 굻고
구해온 천지산도,소변으로 암을 진단한다는 인천의 어느한의원도...
너무나도 허무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야 아버지의 위대한을 알았다.
언젠가는 꿈속에서, 시신이 부페하기전에 특효약을 처방해야 된다는말에
미친듯이 무덤을 판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 부질없는 가식에 불과함은 예전처럼
본래의 내 삶으로 되돌아와서 웃고 노래부름에...알수가 있었다.
지난 여름, 자귀꽃의 아름다운 깃털 유난히도 나부끼던 나무에는
아카시아 열매처럼 대롱대롱 씨앗 영글었고
대현댐 물가에는 들국화가 빗줄기에도 아랑곳 없이 만개함이 있어
가을 풍경은 역시,고속도로보다 국도가 운치를 만긱케 한다.
빗속을 달리는 바퀴는 물보라를 남기며 즐비한 식당가를 지나서
도경계를 지남에,
고헌산,가지산 마루에는 운무와 함께 하나 둘, 붉은색깔이 내려오니
옛고을인 언양에 다다른다.
멀리 영남 알프스는 구름 위에서 또다른 산의 모습으로 기염을 토함에
지난날의 야간 산행을 생각나게 한다
(비오는 그날밤,억새잎의 울음만을 들으며 끝없이 펼처진 정상의 억새밭을
말 없이 걷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노라고...)
문수산을 반바퀴 돌고나면 월드컵구장인 문수구장의 거대함이 나타나고
처용가의 전설이 있는 바다를 향해 달리다 보면
정든 고향, 정든 땅이 거기에 있고
그리하여 나의 울산가는 길은 끝이난다.
공해의 도시 울산!
울산이 싫어서 도망 나온지가 20여년.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는다 는 말처럼
이제는 울산이 싫지가 않다.바람부는 여름밤에는 별자리가 선명하고
이름없는 산야에는 가을의 내음이 물씬 풍긴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태화강의 대나무 숲도 이제는 거릴고 싶고
정자앞 바닷가에 앉아서 지난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세월 흐른 후에,
나의 사랑하는 강아지들이 아빠처럼 울산가는 이길로 한번쯤 지나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느낌은 나의 욕심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