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나의 이야기
자화상
나고목
2023. 5. 17. 20:23
제 꼬라지를 아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쯤일까
화장을 지운 순수한 얼굴
조명에 현혹되지 않는 본연의 모습
조각 같은 미남 배우나
천사 같은 미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제 꼬라지를 모른 체
착각 속에
자신을 미화시키는가 하면
상상 속의 깊숙한 곳으로
끝없이 빨려든다.
그리곤 곧바로
현실로 돌아오기도 하지면
다시금 착각 속으로의 반복이
시작된다.
제 꼬라지를 안다 에서
꼬라지는 뭘까?
꼬라지는 얼굴의 속칭이니
잘생긴 얼굴이나
호감 가는 이상형을
원하거나 바라는 것일 테지만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분수도 모른 체 날뛴다 라고 한다면
능력이 없다는 것이고
그 능력은 경제력인 돈이라는 사실이다.
결론은
제 꼬라지를 아는 데 걸리는 시간이란
자신이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 걸리는 시간이며
제 꼬라지를 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회적으로, 경제활동이 끝나는
날이 바로 제 꼬라지를 아는 시간이 된다.
불행하게도 제 꼬라지를 알게 되는 순간,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없듯
삶을 역행할 수도 없다.
그러니 마지막 여생을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근데
진정, 신이 계시다면
제 꼬라지를 알게 된 사람에게
기회를 한 번은 주시지 않을까!
우리, 어떡하면 돈을 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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