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나의 이야기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나고목
2023. 6. 5. 00:29
불혹의 나이가 되자,
체형이 점점
배뿔뚜기로 변했다.
궁여지책으로
찾은 것이 마라톤!
조직 내
동호회를 만들면
행사 지원으로
버스가 제공되고
회원수에 버금가는
지원금 정책도 있다기에
이왕 하는 운동,
물귀신 작전으로
급조하여
동호회 모집을 공고했다.
여러 부서의
다양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놀라웠다.
더욱 신기한 것은
수 십 년을 함께 다닌
직장이기에
서로의 얼굴은 알지만
업무상 연결고리가 없었으니
인사는커녕,
말도 안 섞던 사람들이
마라톤 하나로
엄청 친하게 되더라는 사실이다.
학연 지연 외
동취미의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체계가 잡히자,
먼 곳의 마라톤 행사에는
가족까지 동반하여
여느 친목단체 이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되었고
나는
날씬한 몸매와 더불어
좋은 사람을 얻는
행운이 찾아왔다.
근데
어느 날
장거리 마라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술에 취한 한 회원의 망나니 짓에
버스 속 분위기는
아수라가 되어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호회는 사달이 났다.
시간이 지나,
다시 배뿔뚜기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때 망나니 짓을 한,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분은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