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나의 이야기

역린(逆鱗)- (1) 영혼사육사 / 나고목

나고목 2019. 3. 11. 00:54






역린(逆鱗)  / 나고목



(1) 영혼사육사


우리는

어느 별에서 왔다가 어느 별로 돌아갈까

죽음이란. 육신을 빌어 잠시 머물다 가는 건데

우리는 육신에 너무 집착한다.

아마도

인간의 영역으로는 영혼을 논할 수가 없기에

눈에 보이며 아픔도 느끼는 육신에 더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육신을 떠난 영혼은 어디로 가는 걸까 !

교회를 다닌다면,

요단강을 건너 예수님이 계신 천국으로 간다고 믿을 테고

불교 신자라면,

저승차사를 따라 염라대왕이 있는 지옥에서 열두 심판을 받고

부처님의 자비로 다시금 인간으로 환생하는 윤회설을 믿겠지만

무교인 나는,

그들이 믿는 신을 영혼 사육사라 부르며

죽음은 유체이탈이며 이는 육신은 땅으로, 영혼은 사육사에게로

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육사가 왜 영혼을 사육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돼지를 키우는 인간처럼 영혼을 식용으로 쓰는지,

영혼을 모아 천사를 탄생시키는지는 모르지만

컴퓨터의 기억장치인 cpu 메모리처럼 영원하지만

로그아웃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이 고기를 위해 돼지를 사육하듯,

신은 영혼을 얻기 위해 인간을 사육한다면 

돼지우리 속에서 풍족한 먹이로 행복해 하는 돼지와

인간사, 쾌락과 욕구로 채워진 행복이 뭐가 다를까

우리의 어제와 오늘, 심지어 미래까지도 DNA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데...


비대한 돼지가 도살장으로 향하는 그 날,

그 날도 해는 뜨고 달빛은 은은하게 비추었고

화장장의 하얀 연기가 안개비로 내리던 어느 날도

초생달 끝으로론 영롱한 별빛이 차가운 밤하늘을 비추었다.

단지, 아무도 슬퍼해 주지 않는 돼지에 비해,

영혼이 떠난 인간의  빈자리에는 때론 그리움이 마지막 입새처럼

한울 한울 가을바람에 흩날리기도 한다.

이것이 돼지와 인간이 다른  하나의 이유이다.


인간이 사는 현세는 모두 행복한가 !

기득권을 가진 최상위층을 위해, 돼지고기의 등급처럼 인간사도 등급이 존재한다.

신의 묵인하에, 세상은 자생적으로 구축된 틀에 의해

지배와 착취라는 논리에 따라 기득권을 가진 자와 피기득권인  대부분의 사람들로

나누어 지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예로 생을 마감한다.

신이 선택한 최상위층은 세습화로,  영혼이 떠나면 DNA 를 물려받은 그들의 자손에게

기득권은 넘어간다.

따라서, 기득권에 속하지 않는 자가 기득권을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이를

축복의 금수저와 가난의 되물림이라고 외친다.


위대하신 신이시여!

아니, 영혼 사육사에게 묻노라?

사육 당하길 거부하는 영혼은 어떻게 되는건가!

신이라 칭하는 그대 역시 영혼 아닌가!

금수저와 목수저의 기준이 뭐길래  삶의 등짐이 이렇게 무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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